2003년이 2024년에게

2023

30여년 이상 음향감독으로 재직하고 이젠 퇴직하여 음향협회 고문으로 계시는 선배님께서 올해 어느 봄날, 마치 시집보내는 딸에게 소중한 보물을 전하듯 종이상자 하나를 건네주셨다.

그 속에는 선배님이 발행인이 되어 창간했던 ‘STAFF’라는 무대예술전문인협회에서 발간한 잡지와 협회의 기틀을 다지던 시기 작성된 숱한 회의 자료, 팸플릿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시절의 분위기와 냄새까지 전해지는 빛바랜 자료들을 하나둘씩 꺼내보며 협회의 초창기,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왔던 선배들의 수많은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발견된 양면 4페이지짜리 얇은 리플렛 한 부. 2003년 제1회 국제음향기기전, KOSOUND의 시작이 바로 그 상자 안에서 고이 잠자고 있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초반은 디지털콘솔, 라인어레이 스피커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무대음향, 공연음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폭발적으로 대두되던 시기였다. 전국 각지에 공연장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새로운 음향장비와 기술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KOSOUND는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를 한 몸에 담으며 대한민국 무대음향, 음향산업의 꽃으로 탄생하였다. 


2024

지난 20여 년간 변함없이 무대음향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유일무이한 포지션을 지켜온 KOSOUND는 여전히 예비 음향인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으며 현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무대음향, 공연음향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교류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그 상자 속의 리플렛은 20여년이 훌쩍 지난 오늘 디지털 데이터로 박제되어 이 칼럼에 남았고 그 시절 음향협회와 무대음향의 미래를 고민하며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을 젊디젊었던 선배들의 열정은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이식되어 2024년의 KOSOUND를 만들어냈다.

KOSOUND가 이어왔던 역사와 성과에 비해 다소 부족했던 기록물들을 이제라도 SSM을 통해 갈무리하고자 한다. 여러 날 이어진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모두 다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미래의 우리와 같은 이들에겐 또 다른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 믿는다.

2003년이 2024년에게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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