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話頭)

나이에 비해 다소 늦게 협회 활동을 시작했지만 따져보니 올해로 벌써 17년 차를 맞게 되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매우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던 시기, 우연히 찾아온 공연장에서의 일은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되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누구의 권유나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협회에 대한 일종의 ‘마음의 빚’ 같은 것이 생겨났고, 크고 작은 협회 활동에 열심을 다해 활동해온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몇 년 전 어느 날 평범한 식당에서 평소 존경하던 선배 감독과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협회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았고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던 중 협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 연유에 대해 취기를 빌어 고백한 적이 있었다. 나보다 연배도 높고 누구보다도 협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신 그 선배 감독도 똑같은 이유로 시작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말씀에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놀라운 건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이 감독님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뒤로 몇 번의 기회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빚진 마음에 대한 보상을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끔 농담 삼아 ‘나 이제 그만할래, 탈퇴할 거야’라고 동료 선후배들과 사석에서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날 저녁 그 선배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나눴던 그 대화들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서 협회 활동의 무한동력같이 작용하고 있다.

협회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과 여러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사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조직은 지구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스스로 위안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은 조직으로 발전하려는 노력은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SSM은 그 노력의 분명한 결과물이며 같은 시대,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기록이고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SSM을 통해 만난 많은 선후배 감독님은 관망하는 자세로 협회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협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먼저 고민하고 행동했던 분들이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런 노력들이 30년 넘게 이 협회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2024년, SSM 제작국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게 되었다. 협회지 제작을 총괄해야 하는 중책을 맡기에는 아직 너무도 부족한 점이 많아 한사코 고사하고 반려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몇 년 전 그날, 그 평범한 식당에서의 기억이 마음을 일으켜 세웠다. 앞으로 시작될 3년의 여정 속에서 그날의 나처럼 또 다른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며 새삼스럽게 또다시 화두를 던진다.

나는 왜 협회 활동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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