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세종문화회관 무대기술팀 팀장을 맡고있는 김수현입니다. 1999년 세종문화회관이 재단법인으로 바뀌면서 공채를 뽑았고, 그때 입사하여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한 공연장에서 오랜 머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 서른 초반에 세종문화회관에 입사하여 일하면서 기회가 맞으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었는데, 같이 있던 감독님들이 먼저 떠나는 바람에 제가 끝까지 남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조직이 큰 공연장에서 벗어나 작은 조직에 가서 한 번쯤 전체 팀을 맡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현재는 세종문화회관 무대기술팀 팀장을 맡고 계신데요. 처음부터 공연장 음향감독을 꿈꾸셨나요?
⇨ 아니요, 저는 녹음 스튜디오에서 처음 음향을 시작했어요. 음향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저도 학교 다닐 때부터 음악 듣는 것을 좋아했고, 그때부터 어렴풋이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기회가 되어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녹음 스튜디오에 들어가게 되었죠.
그곳에서 2년 반 정도 있다가 1990년도 중반 케이블TV가 많이 생기던 시절 음악방송국 MTV와 KMTV가 생겼었습니다. 그때 또 우연히 기회가 되어 KMTV에 입사하게 되었죠. 그 당시 KMTV에 공개홀이 하나 있었는데, 시스템 스플리터를 이용한 녹음실 개념의 공간과 FOH, 그리고 모니터를 담당하는 공간을 구성하여 시스템을 운용했었어요. 매주 목요일에 공개녹화를 했는데, 가수들 공연을 진행하면서 무대 음향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1999년 친구를 통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채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여 지금까지 공연장 음향감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같은 분야이지만 공연장 음향감독과 방송국 음향감독으로서 일하는 방식이 다를 것 같은데요.
⇨ 음향 업무 자체를 두고 봤을 때는 큰 차이는 없어요. 다만, 공연장 음향은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진행된다는 점과 일회성으로 끝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송국에서 일할 당시에는 KMTV가 막 생겨날 때였고,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과 연령대도 비슷해서 자유롭게 일했던 것 같아요. 그에 비해 공연장 조직은 체계적이다 보니 초반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아날로그 시스템에서 디지털 시스템까지 계속해서 급변하는 음향 업계를 직접 겪고 계신데요.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현업에 있었을 때는 아날로그 시스템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현업에서 떠나기 직전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저도 과거 세대라서 그런지 처음 적응하는데 쉽지 않았고, 어려움이 있었는데 작업의 편리함이나 여러 가지 요소들로 “앞으로는 디지털화될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장비가 나올 때마다 음향팀 내부적으로도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실 것 같습니다.
⇨ 저희 직원들한테 물어보면 다른 얘기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최대한 같이 하려고 합니다. 대체로 직원들 성향이 대책 없이 자신의 의견만 고집한다거나 급진성은 없는 것 같아요.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할 때 차근차근 파악하고 준비하는 분위기죠. 때로는 빠르게 확인하고, 선점할 필요도 있지만요^^
현재 세종문화회관 음향감독이 10명이죠? 무대기술팀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나요?
⇨ 네, 10명의 음향감독이 대극장, M씨어터, S씨어터, 체임버홀 4개의 공연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음향팀 외에 조명, 무대감독, 무대기계, 무대장치, 영상, 의상, 소품팀까지 세분되어있는데요. 세종문화회관에 상주하고 있는 9개 예술단 공연에 음향부터 조명 디자인, 무대 진행까지 공연 전체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일반 대관 공연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무대 세트 관련 업무를 무대장치팀으로 이관하여 주도적으로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일 년에 한, 두 번씩 예술단 해외공연과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제작 공연까지 담당했었는데요, 모든 감독이 업무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쉴 틈 없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1989년부터 시작된 ‘분수대광장 무료공연’부터 현재 ‘세종시즌’까지 다양한 공연들을 기획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지금은 없어졌지만, 현재 S씨어터 입구 박스 위치에 분수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평일 점심시간마다 직장인들과 나들이 온 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 세종시즌은 새롭게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봄, 여름, 그리고 가을·겨울 세 가지 테마로, 세종문화회관에 상주하고 있는 9개 예술단을 중심으로 실험적인 공연들을 선보입니다. 예술단은 국악관현악단, 무용단, 합창단, 뮤지컬단, 극단, 오페라단, 유스오케스트라단, 소년소녀합창단, 청소년국악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음향 관련 직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요즘 친구들은 음향 업무에 대한 이해도와 역량은 기본적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한 가지 조언하고 싶다면, 공연장 조직에 들어와서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조직이 체계적이다 보니까 이 안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잘 맺을지 미리 준비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공연장 조직의 문제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 과거에는 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수동적으로 일했다면, 현재는 감독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서 능동적으로 일하는 점에서 많이 개선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다만, 조직 자체가 방대하다 보니 서로 협업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는데 각자 주관적인 생각이 크다 보니, 서로 입장 차가 커지고, 점점 더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이 아쉽습니다.
서로 신뢰하면서 어려울 때 도와주고 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무대음향협회가 앞으로 회원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 사실 회원으로서 협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협회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어떤 이슈들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으니까 그 부분이 아쉽더라고요. 앞으로 (사)무대음향협회에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감독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마지막까지 공연장에서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설립예정인 제2 세종문화회관과 리모델링 예정인 세종문화회관 업무에 같이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리가 마련된다면, 오랜 시간 음향감독으로 있으면서 쌓아온 경험이나 기술들을 후배들에게 공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