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학생문화원 이운형 음향감독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서귀포학생문화원에 근무 중인 이운형입니다. 

무대음향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에 1995년 2월 첫 발령을 받아 교육청 직속 기관 제주학생문화원이 현재 위치로 이전 개관되던 때인 1995년 12월에 제주학생문화원으로 발령 받으면서 무대음향이라는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서귀포학생문화원에는 제주학생문화원이 공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2022년 2월에 발령 받아 오게 되었어요.

1995년도에 교육 공무원이 되어 무대음향 업무를 맡았을 때 당혹스럽진 않으셨나요?

교육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대우전자 서비스 센터 AS 수리 기사로 일했었어요. 수리 기사로 일하다가 회사가 좀 어려워지면서 그 당시 교육청에서 기계를 잘 다룰 줄 아는 직원을 뽑는다고 해 교육청으로 들어왔는데 라디오, 비디오 테이프 레코더, 전축 같이 작은 기계만 다루다가 음향 콘솔을 처음 보고 매우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접하는 무대음향 업무를 수행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그때는 결혼도 안 한 스물아홉 청년이었으니 아무것도 몰라도 그냥 다 좋았던 거 같아요. (웃음) 1996년도에 2주 동안 아르코에서 진행하는 무대음향 교육이 있었는데 거기에 참가해서 각 지방에 있는 감독들이랑 친분도 쌓고 지금 무대음향협회의 전신인 소리회라는 걸 처음 알게 되어 가입도 하게 되고 그런 네트워크를 통해서 도움을 참 많이 받았죠.    

그때 당시에 주로 어떤 공연들이 이루어졌나요?

교육청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학생 위주의 공연이 대부분이에요. 발표회나 축제가 많죠. 그런 행사들은 혼자 뛰어다니며 다 했어요. 공연장에 음향 파트 1명, 조명 파트 1명, 기계 파트 1명밖에 없어서 혼자 무대에서 마이크 세팅하고 콘솔까지 뛰어 올라와서 소리 만지고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공연장에서 학교 행사들을 진행하면 제주도민 학생들은 공연장 경험이 많겠군요.

제주아트센터 김성연 감독도 학생 때부터 봤으니까요. 성연 감독은 학생 때 연극부에서 음향을 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봐왔었어요. 그리고 가끔 밖에 나가면 학생들이 인사를 할 때가 있어요. 공연장에서 도움 받았던 학생들이 저한테 꾸벅 인사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가족들이랑 같이 있을 때 학생들이 어디 학교 방송반, 연극반 누구누구입니다. 하고 인사를 하면 참 뿌듯하고 그런 게 있죠.

실례가 안 된다면 결혼 스토리에 대해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저희는 사내 커플이었어요. 제가 학생들 예절 가르치는 예절관이라는 곳에 처음 갔을 때 지금 아내가 거기 예절 선생님으로 있었어요. 다른 여자 선생님들이 여러 명 있었는데도 유독 눈에 띄더라고요. 거기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내부 직원이다 보니 연애할 때 데이트도 제주 시내에서 많이 못 하고 외곽지로만 많이 다녔어요. 아무래도 제주도는 좁으니까 조심한다고 밤에만 보고 그랬는데 그렇게 7~8개월을 만나고 가까운 직원에게 사귄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미 눈치를 다 챘더라고요. 사귄다고 하면 깜짝 놀랄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다 알고 있더라고요. (웃음) 

무대예술 업계의 전반적인 결혼 스토리를 들어보면 남들 쉴 때 일하고 밤 늦게 공연하고 만날 시간이 없어서 힘들게 연애하고 결혼했다고들 하는데 그 당시 근무 환경은 어땠습니까?

너무 열악했죠. 제주학생문화원은 이전 개관이다 보니 마무리가 덜 된 상태에서 공연장을 빨리 오픈했어요. 그래서 공연은 계속 있는데 야외 조경 작업이니 시설이니 더 손봐야 할 게 많았어요. 음향 업무와 시설 관리 업무를 같이 하려니 아주 바빴죠. 나중에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는 주말에 아빠랑 같이 보낼 시간이 거의 없다는 걸 아이들이 제일 힘들어했어요.  

음향과 시설 관리 업무를 겸하시는군요.

 음향 업무 외에도 대관 업무, 안전 관리 그리고 시설물 관련 업무 등등 여러 업무를 겸하고 있습니다.

슬하에 자녀는 어떻게 되시나요?

 딸 셋에 아들 하나입니다. 막내 아들이 늦둥이라 아직 초등학생이에요. 

공연장에서 자녀들을 보기도 하겠군요.

막내 아들은 아직이지만, 저희 공연장은 어린이집부터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아이들까지 모두 이용하기 때문에 다 아들 같고 딸 같고 그렇습니다. 

공연은 주로 학생 위주의 축제가 많다고 하셨는데 또 어떤 공연을 하시나요?

아무래도 학생 교육 관련 행사를 많이 진행하게 됩니다. 선생님이나 교육청 행정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행사도 있고 또 어린이집, 유치원 재롱 잔치는 무료 대관이기 때문에 아이들 재롱 잔치 기간이 되면 대관이 재롱 잔치로 많이 몰립니다.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공연이 있나요?

자체 기획 공연은 없지만 좋은 공연이 있으면 우리 기획부가 초빙해서 무료로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연장까지 버스로 학생들을 태우고 와서 공연을 보여주고 다시 학교로 데려다주기도 하고 수능이 끝나면 수험생들을 위한 공연을 기획하기도 해요.

1995년도 제주학생문화원에서부터 현재 서귀포학생문화원까지 30여 년 동안 학생들을 위한 공연장에서 근무하셨는데 교육청 직속 기관 중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셨는지요. 

다른 쪽으로는 발령을 안 내 주더라고요. 제가 통신 업무도 담당하고 있는데 유일한 통신 담당이다 보니 발령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곳저곳 계속 옮겨다니는 것보다 공연장에 오래 있다 보니 애착심도 생기고 또 전국망이 형성되어 있는 협회 활동도 계속하고 있으니 뿌듯한 게 있습니다. 공연장 이외 다른 곳에 갔으면 그런 활동이 없었겠죠. 

공연을 위한 무대 셋업이 되어 있는 서귀포학생문화원 공연장 내부 전경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으셨는데 과거를 돌아보셨을 때 어떠신가요.

즐겁게 일한 거 같아요. 아이들 재롱 잔치도 보고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보고 또 그걸 도와주다 보면 뿌듯한 게 있어요. 초창기엔 전문 공연장에서 나도 전문성을 가지고 직접 공연도 해보고 싶었는데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해 온 아이들이 공연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지역이 좁다 보니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해가며 제 나름대로 혼자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하니 후회는 안 돼요. 

혹시 학생 중에 무대 스태프를 꿈꾸는 아이들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결코 쉬운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세 번은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주말이 거의 없고 밤 늦게 셋업하고 철수하고 고생을 많이 하니까 세 번은 고민하고 결정하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다시 태어나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으세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대 일은 즐겁고 재밌는 점도 많지만 공연장 내 공기질이 너무 안 좋고 가족이 생기면 주말이 거의 없으니, 가족들이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2014년도에도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서귀포문화원으로 잠깐 발령이 난 적이 있는데 제주학생문화원보다는 서귀포문화원 공연 일정이 여유 있는 편이라 집에서 아주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2015년도에 다시 제주학생문화원으로 발령을 받으니, 아내가 항의 전화를 하려고도 했어요. (웃음) 제주학생문화원 이용자 중에 저를 계속 찾는 분들이 계셔서 그랬던 거 같은데 그렇게 다시 제주학생문화원으로 가서 계속 근무하다가 2022년에 서귀포학생문화원으로 왔는데, 제주학생문화원보다 출퇴근 시간이 훨씬 길어졌지만 그래도 주말을 좀 더 가족들이랑 보낼 수 있으니까 좋아요.

정년 후 미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제가 2027년도 정년인데 남은 동안 잘 계획해 봐야죠. 촌에 가서 전통찻집을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하네요. 제가 제주 중산간 마을 태생이어서 거기에 조용히 왔다 갔다 하시는 분들이 들러서 차 한 잔 마시고 담소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찻집 옆에 사랑채 지어서 잠도 재워주고요.

(사)무대음향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자주 참석은 못하지만, 협회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더이상 바랄 점이 없어요. 그리고 저같이 지방에 있는 감독들은 협회에 고마운 점이 참 많아요.

저희 SSM이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너무 좋으니까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힘들지 않으냐고요. 저는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잘하고 있지만 제작하려면 힘들지 않을까 하고요.

제주도의 공연 예술이 계속해서 발전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우리 협회를 기반으로 후배들이 계속해서 양성되었으면 좋겠는데 좋은 방안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제주도는 관광지다 보니 볼거리, 놀거리가 너무 많아요. 바깥에 볼거리가 없어야 공연장 안으로 사람들이 모일 텐데 그러기 쉽지 않죠. 그리고 인구 문제도 있어요. 제주시는 좀 나은 편이지만 서귀포시는 사람이 정말 적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주 학생들이 공연 문화를 많이 접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공연을 많이 보고 즐길 줄 아는 법을 배운다면 무대 예술 분야에도 관심 있는 후배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지금 제주도에 있는 학생문화원은 교육 장소에 가깝지,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아닌 것 같아요. 학생들이 오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공연 문화도 더 많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힘써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주도에서 혼자 근무하다 보니 협회 활동에 많이 참석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공연이 있을 때 다른 직원에게 맡기고 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다 보니 계속 참석을 못했는데 보고 싶은 분들이 참 많습니다. 하여간 정년 후 전통찻집을 하게 된다면 우리 협회원분들은 편하게 차 한 잔 내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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