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90년대에 렌탈로 음향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제주도에서 계속 렌탈을 해왔는데 2001년도쯤 한라대학교에서 한라아트홀을 만들었어요. 세상사에 관심이 없던 때였는데 후배한테 연락이 와서 신문에 공고가 났는데 한 번 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당시 제가 머리를 막 길게 하고 다니고, 굉장히 자유롭게 살았어요. 대학이면 이미지가 좀 깔끔해야 할텐데 그땐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긴 머리로 면접을 보러 갔기 때문에 저는 될 거라는 생각을 안 했었어요. 그런데 덜컥 돼버리더라고요. ‘왜 나같은 사람을 뽑지?’ 하고 깜짝 놀랐었어요. 그렇게 13년 정도를 한라아트홀에서 근무하다가 서귀포예술의전당이 개관하면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처음에 음향을 어떻게 접하고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96년 11월에 시작해 27년 정도 됐네요. 지워버리고 싶은 시절인데, 고등학교 땐 방황을 많이 해서 공부를 안 했었어요. 대학을 3수 하고도 다 떨어져서 군대를 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일단은 전문대라도 가고 나서 군대 가는 게 좋지 않겠냐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과를 고민하다 보니 제가 음악을 좋아하는 게 생각이 났고, 그러면 오디오 장비나 한 번 실컷 만져보자 해서 전자과를 들어갔어요. 그때 전자과 갔던 게 신의 한 수가 됐죠.
졸업쯤엔 교수님이 SK텔레콤, 당시 한국이동통신에 추천을 해주셔서 면접을 보러 갔는데 가보니까 적성 검사를 하는 거예요. 문제가 몇 백 개나 되는 시험이잖아요. 준비 없이 갔으니 당연히 떨어지고 그때야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몸소 깨달았어요. 조금 좌절하던 중에 마침 또 음향 렌탈 회사에서 교수님께 학생 추천 요청이 와서 제가 하겠다고 했죠. 그대로 교수님 추천을 받아 입사해 렌탈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오늘날까지 와버렸네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인생의 8할은 우연이다 싶어요.
한라아트홀에서 긴 시간 근무를 하셨는데 서귀포예술의전당으로 이직하신 계기가 있나요?
원래는 한라아트홀에서 정년 퇴임을 할 생각이었어요. 그곳이 일은 힘들었지만 생활하기는 편한 곳이라 별 문제 없으면 정년까지 다녀야겠다 생각했었죠. 그런데 개인적인 일이라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지만, 회사에 노조가 생기고 사람들 사이 권력 다툼이 심화되면서 크게 회의감을 느꼈었어요. 그 중 때마침 이곳의 공고가 나와서 고민 끝에 서귀포예술의전당으로 옮겨오게 됐습니다.
전화위복으로 이곳에 오시게 됐군요. 서귀포예술의전당은 언제 개관했습니까?
제가 2014년 2월에 들어오고 정식 개관은 6월에 했어요. 입사해보니 스피커 설치는 됐지만 연결은 안 되어있는 등 아직 공사가 다 안 끝나서 필요한 장비들을 확인해 구입하는 일들을 진행했었죠.
당시 극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좋았습니다. 진짜 좋았어요. 처음 만들어진 부서다 보니까 뭐든지 원하는 대로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게 다 좋았지만 제가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이런 전문 공연장은 전문인들이 운영해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 같은 무대팀 빼면 모두 공무원이신데 공연 분야를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안 보이는 벽이 있는 느낌이죠. 일 처리는 확실히 그분들이 법적인 걸 근거로 해서 전문적으로 잘하시는데 무대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부족하시니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어요.
처음에, 저한테 대관료 책정을 하라는 거예요.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르니 제주아트센터와 제주특별자치도문예회관의 대관료를 찾아보고 그걸 토대로 책정했어요. 일단 제가 결재를 올리면 위에서 검토하고 수정하겠지 생각했었는데 그대로 의회를 통과하더라고요. 깜짝 놀랐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은 자료를 참고해 결정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죠.
조직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일단 서귀포시 직영 부서의 과 소속이고, 행정계・시설계・공연계 이렇게 3개의 팀이 있습니다. 모든 파트는 감독과 조감독으로 두 명씩 있는데 조감독은 공무직이라 전문인이 아니에요. 많이 도와주시긴 하지만 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니 전문적인 것들은 저 혼자 하는 부분도 많아요. 극장은 대극장 802석, 소극장 198석으로 2개인데, 처음에는 혼자서 대극장과 소극장 모두 왔다 갔다 했어요. 지금도 소극장에 안 되는 게 있으면 직접 가기는 하지만 조감독에게 온오프 하는 것 정도는 가르쳐줘서 전보다는 나아진 상황 같습니다.
극장 시스템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메인 FOH 콘솔은 MIDAS PRO3이고, 컨트롤 룸은 YAMAHA M7CL입니다. 이제 콘솔을 바꿀 때가 오고 있어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이제는 입찰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곳 얘기를 들어보니까 적격 업체가 없어서 계속 재고되고 있다는데 그러다 적합하지 않은 장비가 들어올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저희도 콘솔 교체할 때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비하고 해결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스피커는 EAW KF730P가 양쪽으로 6통씩 있고, 그 뒤 위쪽으로 SB730P 서브 우퍼가, 그리고 스택으로 18인치 서브 우퍼 SB1002가 양쪽 2통씩 있습니다.
스피커 튜닝도 직접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극장 스피커는 직접 튜닝하는데 아직도 완성이 안된 것 같아 9년 동안 계속 소리를 잡아가는 중이에요. 튜닝이라는 게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정석대로 저음에서 10dB 부스트시키고 평탄화하다가 다시 고음에서 롤 오프 시키는 식으로 해도 그 소리가 결코 좋은 소리는 아니더라고요. 계속 조금씩 만져보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는 게 쉽지가 않아요.
여러 프로페셔널한 감독님들이 공연으로 오시면서 튜닝을 하시면 저도 같이 소리를 들어보는데, 그런 소리들도 저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아무래도 각자의 취향이 들어가니 어쩔 수 없는데 그게 굉장히 미묘하더라고요. 시스템 설비 업체 관계자분과도 가끔 오실 때마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고 의논을 하는데 항상 결론은 ‘다음에 다시 한 번 해봅시다’ 예요. 튜닝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시스템을 운영하며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요?
아쉬운 점은 있죠. 저 위의 730P가 6통인데 2통씩 더해서 8통으로 하고 플라잉된 서브는 없는 게 더 낫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저음이 엄청나게 울리거든요. 저는 콘솔에서 EQ 만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스피커에서 최대한 평탄하게 만들어놓는데, 가장 최근에 튜닝할 때 130Hz에서 계속 사라지지 않는 신호가 있어 그걸 훅 깎아버리니 조금 나아지더라고요. 그렇지만 이제는 저음에서 킥의 팍 차는 느낌이 안 산다는 아쉬움이 생기긴 했어요.(웃음)
그리고 또 한 가지가, 객석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소리가 좀 멀어지는 느낌이 나는 거예요. 처음엔 이게 라인 어레이의 특성인가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소리가 너무 어색해서 점검을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죠. 이 일은 저만 할 수 있으니까 혼자서 점검을 해야 하는데 사실 앰프실이 저 위에 있어서 혼자 왔다갔다 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제대로 일을 하려면 굳게 마음을 먹어야 해서 ‘해야 돼. 해야만 해. 하자!’ 팔 걷어붙이고 혼자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면서 소리가 사라진 이유를 알아냈어요.
앰프가 맨 위에 두 방은 0dB로 돼있고 가운데 두 방은 -3dB, 맨 밑에는 -6dB로 돼있던 거예요. 그래서 내려갈수록 소리가 멀어졌던 거죠. 모두 0dB로 맞추니까 소리가 팍 살아나고 훨씬 나아졌어요. 조정하고서 다시 들어보니까 확실히 맨 밑의 두 방은 바로 머리 위에 있어서 소리가 굉장히 쏘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만 -1dB로 해서 들어보고, -2dB로 해서 들어보고 하면서 다시 조정을 했어요. 그리고 나서 이후에 뮤지컬 하는 후배가 와서는 들어보더니 객석 정가운데 열이 안 들린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일이 있었다 설명을 다 해주니 그럼 -1dB로 해보자고 해서 또 값을 바꿨어요. 그랬더니 됐다면서 이제 소리가 들린대요. 그러니까 이 극장에서 음악은 -2dB가, 뮤지컬은 -1dB가 적절했던 거예요. 지금은 대부분 -1dB로 셋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연은 주로 어떤 장르를 하나요?
다목적 공연장답게 정말 복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특정한 장르에 치우치지 않아요. 제주도에는 자체 민간 단체, 아마추어 단체가 워낙에 많아요. 그래서 이 단체들의 공연이 압도적으로 많고, 기획 공연도 있는데 기획은 클래식이 주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감독님의 결혼 스토리도 궁금합니다.
여기 오고 나서 느즈막하게 결혼해 딸이 하나 있습니다. 와이프가 극장에 일 때문에 왔다가 만나서 1년 좀 넘게 연애했어요. 전 사실 결혼 생각도 없었는데 와이프가 저랑 정반대 스타일의 여자라 무슨 남자가 결단력도 없고, 판단력도 없다면서 절 쪼더라고요. 그래서 하게 됐죠.
우연히 시작했던 일을 약 27년 동안 하고 계시는데, 만족하시나요?
음향 아니었으면 제 인생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주 행복해요.
그렇다면 다시 태어나도 음향을 하시겠어요?
그건 모르죠.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딸이 이제 6살인데 가만히 딸을 보니까 나중에 얘하고 밴드를 해도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얘가 노래를 하고 나머지는 객원으로 해서 하는 거죠. 그리고 저는 아직도 뭣도 모르던 때 가서 여쭤보면 친절하게 알려주셨던 감독님들을 잊지 못하는데, 저도 후배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사)무대음향협회 또는 SSM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SSM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었어요. 너무 유용한 글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제가 알아가는 게 너무 많아서 너무 훌륭한 잡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앞으로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SSM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