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 어원 논란의 종지부를 위하여

일반적으로 데시벨(decibel)은 소리의 강도를 표시하는 단위로 사용된다. 단위는 “dB”를 사용하는 데 “deci”는 10분의 1을 의미하는 접두사이고 “bel”은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래서 단위로 사용할 때 “B”는 반드시 대문자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데시벨의 어원을 설명하는 자료는 국내 서적 뿐만 아니라 해외 서적이나 인터넷에 널려있다. 그 중 상당수는 “deci”가 10을 의미한다고 하는 경우처럼 잘못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bel”의 단위가 너무 작아 표시 편의를 위해 “deci”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deci”를 사용하는 목적 면에서는 이 설명이 맞다. 물론 이 설명도 소수점 이하로 나오는 값을 왜 더 작아질 것 같은 1/10(deci)을 적용하는 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문제가 되는 것은 “bel의 단위”이다.
데시벨의 어원을 설명하는 음향 서적 중 가장 세밀하게 설명된 책은 1975년에 출간되어 1997년에 개정된 ‘Don Davis’와 ‘Carolyn Davis’가 공동 저작한 「Sound System Engineering」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을 살펴보면 1923년 이전에는 전화선의 이득과 손실을 측정하여 표시하는 방법으로 “MSC(miles of standard cable)”를 사용하고 있었고, 벨연구소의 ‘Harvey Fletcher’가 청취자가 들었을 때의 변화량과 가까운 측정을 하였으며, 그것을 “SU(sensation unit)”라고 불렀다. 그런 가운데 1923년에 벨연구소의 ‘W. H. Martin’이 “MSC”와 “SU”를 통합 대체할 수 있는 “TU(transmission unit)”를 발표하였고, 그 후 1929년에는 “Decibel The Name for the Transmission Unit”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본문에 “TU”를 정의하는 수식이 나와 있고, 그 수식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데시벨과 일치할 뿐만 아니라 왜 1/10을 뜻하는 “deci”를 사용하는지가 본문의 하단에 수식으로 설명되어 있다.
계속해서 본문을 살펴보면 벨연구소는 ‘유럽국제자문위원회’의 초청에 응하였고, 거기서 유럽국제자문위원회는 전화관리국들에게 “데시벨”을 채택하여 “Bel”이라고 부르도록 권고하였으며, 벨연구소도 채택하여 측정 레벨의 분해 능력 향상을 위해 데시벨로 바꾼 것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TU”가 발표되어 있었고 정의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데시벨과 일치하므로 데시벨은 벨연구소의 작품이며, 유럽자문위원회는 그것을 공식화하여 널리 사용하는데 일조한 것뿐이다.
결론적으로 “데시벨”이라는 이름도 ‘W. H. Martin’의 논문에 의한 것이므로 ‘Bel’은 음압의 단위로 사용된 적이 없다고 판단된다. 본문에 “벨연구소도 채택하여…” 하는 문장은 당해 내용을 혼동시키거니와 앞뒤의 맥락에서 자기들이 발표한 것을 유럽자문위원회의 권고로 채택한다는 모순이 있거니와 “데시벨”을 “Bel”로 지정(명명)한다는 것은 “데시벨”이 곧 “Bel”이라는 뜻이므로 “Bel”을 “데시벨”과 차이가 있는 단위로 판단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벨의 단위가 작아서…” 하는 설명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혹여 본문의 해석이 잘못되었거나 왜곡되었거나 또는 이를 반박할 자료를 갖고 계시거나 이견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가르침을 주신다면 감사드리겠다.


박 영 철

GS칼텍스 예울마루 극장운영팀장
전) (사)무대음향협회 제4회 회장 역임
전) LG아트센터 총괄국장
전) 예술의전당 음향감독 저서: 무대음향개론, 무대음향설비,
전) 세종문화회관 음향감독 공연장 건축설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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