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건강과 스트레스는 매우 익숙한 단어다. 이 두 가지가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감에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얼마 전 95세의 일기로 송해 선생님께서 타계하셨다. 고령임에도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신 것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고 한다. 필자도 평소 고인의 건강에 대해 부러움과 존경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매일같이 지하철과 계단을 이용하여 종로 3가 사무실을 출퇴근하시고, 방송을 하실 때도 사전에 작가가 준 대본을 손수 수정하고 연습하신 후 방송에 임하셨다고 한다. 방송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고인은 대본 없이 매끄러운 방송 진행이 얼마든지 가능한 위치임에도 늘 신인과 같은 자세로 책임감 있게 임하시는 그 태도가 존경스러웠다.
그런 송해 선생님께서 타계하셨다는 뉴스를 접하고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과 동시에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인간에게 한 번 주어진 삶을 너무도 멋지게 살다 가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살았다는 사실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았다는 점이 부러웠다.
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의 건강에는 육체적 건강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포함된다. 육체적 건강은 평소 자주 움직이는 생활 습관을 가진다든지, 시간과 돈을 들여 헬스, 필라테스, 요가 등 다양한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노력을 기울이면 눈에 보이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육체적 건강과 달리 정신적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흔히들 멘탈 트레이닝(mental training)이라고 하는 정신력 강화 훈련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 건강 관리에 가장 적이 되는 요소는 바로 ‘스트레스’다. 스스로 통제하기 쉬워 보였던 정신력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육체적 건강까지 해치는 일이 발생한다. 적절한 자기 통제로 잘 관리된 스트레스는 멘탈을 강하게 만들고 건강을 지킬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스트레스는 받는 것보다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인간이 살면서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히려 적당한 스트레스는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있다. 신체의 긴장도를 높여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다.
스스로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자신으로부터 ‘스트레스 테러’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해결되지 않은 고민을 퇴근 후 집까지 가져온다든지, 상대의 의도와 상관없는 본인만의 부정적인 판단과 외부 자극에 대한 예민한 반응은 스스로를 학대할 뿐이다. 고민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고민을 하자는 것이다. 고민할 땐 고민하고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는 효율적인 행동을 통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스트레스의 양을 조금이라도 줄여 본다면 어떨까?
‘최고의 연금은 건강’이라고 하시던 어느 노인 복지관 관장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노인 복지 정책이 많이 좋아져서 건강하기만 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매일 아침 셔틀버스를 타고 복지관에 가서 오전 프로그램과 무료 점심, 오후 취미 프로그램까지 참여 후 또래 분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다가 즐거운 마음으로 귀가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자 한다면 철저한 자기 건강 관리가 필수다. 어쩌면 복지는 건강한 자가 건강하지 못한 자보다 더 누릴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구조의 특혜라고도 볼 수 있겠다.
누구나 그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결코 마음처럼 다루기 힘든 건강과 스트레스. 행복한 노후와 복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라도 적절한 자기관리를 시작해 보자.
송 준 호
부천문화재단 전문위원
전)부천문화재단 공연기획부장, 경영지원부장
전)사단법인 무대음향협회 부이사장
전)사단법인 무대예술전문인협회 사무국장
전)성남시민회관 음향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