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무대음향가협회를 찾아서
일찍이 우리보다 서구 문물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은 공연 산업 또한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였는데, 2023년 기준 등록된 국공립공연장의 수만도 2,140여 곳에 달하고 일본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라이브 하우스까지 합치면 그 수는 수천 곳에 이른다. (출처: 전국공립문화시설명부-일본전국공립문화시설협회, 2023)
공연산업의 역사나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일본에서도 우리 무대음향협회와 매우 유사한 협회가 있다는 것은 우리 회원들에게도 생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순간 반갑기도 한 마음과 동시에 공연 선진국인 일본의 음향협회라면 분명히 우리가 보고 배울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과감하게 일본무대음향가협회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그 후로 몇 달간 여러 통의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SSM 기획기사 ‘일본무대음향가협회를 찾아서’가 완성되었다.
막연히 좋아서 시작한 음향이 직업이 되고 직업인이 되면서 겪는 수많은 고충과 난관이 있지만, 우리는 ‘음향’이라는 공통된 주제와 ‘협회’라는 울타리를 공유하며 동질감과 연대의식을 갖고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제 이 글을 통해 그 시선을 우리가 아닌 바다 건너로 잠시 돌려보자. 비록 다른 글과 말을 쓰지만 우리와 같은 일을 하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그들의 이야기에서 공감과 위안, 때로는 새로운 희망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취재/편집 | 우성민, 사진제공 | 일본무대음향가협회
번역 | 우성민, 조미주, 감수 | 강성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무대음향전문인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무대음향협회라는 단체입니다. 1993년 서울 지역 공연장 음향감독 50인의 소규모 모임에서 출발해,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 사단법인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현재 360여명의 회원이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회원의 자격은 협회 정관에 의해 무대음향자격증 소지자 또는 공연장 음향 업무 종사자로 제한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회원이 공연장의 음향감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공연법’에 따라 공연장 규모에 따라 ‘무대예술전문인’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무대기계, 무대조명, 무대음향으로 이루어진 무대예술전문인 자격 제도는 경력에 따라 1급, 2급, 3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공연장의 규모에 따라 자격 소지자를 배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협회는 회원 간 정보 교류와 기술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교육과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는 ‘Stage Sound Magazine’라는 협회지를 분기별로 발간하고 있습니다. 협회지는 회원들이 직접 제작하며, 회원 및 협회 소식, 무대음향기술, 건축음향 데이터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양국의 유사한 무대음향 단체가 서로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시켜 상호간 무대음향의 발전에 서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우리가 준비한 몇 가지 질문에 편하게 답변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공익 사단법인 일본 무대음향협회의 이사장 사이토 미사오입니다. 1956년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1977년, 요코하마 방송영화아카데미(현, 일본영화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사운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도쿄 극장 음향연구소에 입사하였습니다. 이후 다수의 극단과 프로덕션을 담당하며 사운드 오퍼레이터와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저는 이마무라 쇼헤이와 후지타 덴의 ‘나이카 에에자’를 연주할 당시 극단 ‘이치규 하치마루’의 사운드 엔지니어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 공연의 음악은 한국 작곡가 원일씨가 작곡하였으며, 한국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팔람콧*의 라이브 연주를 지원했습니다.
*팔람콧(パラムコッ, 바람곶: 대종상영화제 음악상을 네 차례 수상했던 작곡가이자 연주가, 멀티 아티스트인 원일이 이끄는 음악극 그룹)
Q2. 일본무대음향가협회가 생긴 역사와 연혁, 발전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1972년에는 신극음향가협회(The Modern Theatre Sound Engineer Association)가 설립되었고, 1976년 5월에는 명칭을 일본연극음향효과가협회로 변경했습니다. 1977년 1월에는 일본PA기술자협의회가 설립되었습니다. 2000년 1월에는 일본무대음향가협회가 설립되어, 일본 무대음향기술자협회와 일본 PA기술자협의회를 통합하여 자발적인 조직으로 출발했습니다. 2013년 4월에는 일반사단법인으로 조직이 변경되었으며, 2018년 12월에는 공익사단법인으로 조직이 변경되었습니다.
Q3. 우리 음향협회는 6개 권역별로 나눠진 지부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회원은 정회원, 일반회원으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월 2만원의 회비를 납부하고 있습니다. 귀 단체의 조직 구성과 지부, 회원 운영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우리의 활동은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영리 목적의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회원은 개인 회원, 단체 회원, 찬조 회원의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의 활동에는 공익 활동, 상호부조 활동, 기업 활동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업무는 연수, 홍보, 표창, 기술 연구, 공익에 관한 개별 위원회에서 담당합니다. 또, 다음의 분과 모임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PA, 효과음, 녹음, 연극 음향, 라이센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활동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조직 활성화를 위해 체계를 재편성할 예정입니다.
Q4. 협회에 상근 직원이 있습니까? 있다면 상근 직원의 주요 업무와 보수 수준이 궁금합니다.
우리의 임무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한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급여에 관련된 내용은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저는 알지 못합니다.
Q5. 우리 협회는 재정 수입의 대부분을 협회원 회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떠신가요?
우리 또한 회원의 회비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기부금, 공익 활동을 위한 약간의 정부 보조금, 출판물의 광고 수입이 있습니다.
Q6. 우리 협회는 상반기, 하반기 각 지부(6개)별로 무대음향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예비 무대음향인을 위한 비정기적인 교육과 행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KOSOUND+STAGETEC라는 국제음향전시박람회를 우리 협회 주관으로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협회에서도 직접 주관하는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차세대 문화시대를 만들어갈 신진 아티스트 육성 프로젝트 ‘무대음향 엔지니어 오픈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위에 설명한 각 분과별 기초, 연극, 연구, 테크닉 강좌로 구성된 연례 행사입니다. 무대 운영 기술 및 의식 향상을 위한 안전 관련 강좌도 있습니다. 매년 InterBEE에 참가하여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Q7. 일본협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나 교육, 세미나 등에 협회원의 참여도와 관심 수준에 대해 궁금합니다.
우리 행사와 세미나에는 회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를 합니다. 실제로 거의 모든 행사는 매번 신청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극 실기 과정에 중학생 참여도 허용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단체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전문학교 및 대학생들에게도 문을 열었습니다.
Q8. 우리 협회는 설립된지 30년 이상이 지나 초창기 창립 회원들은 이제 대부분 은퇴를 하거나 앞두고 있으며,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회원들의 가입이나 참여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이에 협회 집행부에서는 협회원들의 참여와 활동력을 높이려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협회에서도 현재 당면한 문제점이나 해결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며 협회 운영의 애로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우리 단체는 1972년 창립되어 벌써 45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최근 조직 내 세대 교체가 잘 이루어 지지 않고 있으며, 평균 연령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의 주요 업무는 연극 공연의 음향 엔지니어입니다. 일본에는 전국적인 극장 관람 단체들이 몇몇 존재하며, 각 극단은 이 단체들에 어느 정도 의존하여 운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체 회원들도 연로화되면서 최근 관객 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연 횟수도 함께 줄어들었으며, 일부 조직은 공연 감소로 인해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연극 음향 감독들의 보수 역시 이러한 추세와 함께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젊은 세대가
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장벽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품질의 연극 공연을 창출하여 미래를 개선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이는 관객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싶도록 만드는 요소입니다. 저는 한국과 일본 모두 관객들에게 더욱 고품질의 공연을 제공하는 것이 양국 간 공통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Q9. 일본에도 대한민국과 같이 무대예술인 의무 배치 제도와 같은 법률상 강제 조항이 있는지, 있다면 제도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일본에서는 공공 공연장의 음향 기사 자격증이 따로 없습니다. 기업체는 지정된 관리 시스템 하에 입찰을 통해 직원을 공공 공연장에 파견합니다. 우리에게는 국가 자격인 무대 음향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무대 음향 기법 과정이 있습니다. 이 과정은 공익 활동의 일환으로 교육위원회 및 자격 심사 소위원회가 운영하며, 앞서 언급한 국가 자격증을 보유한 무대 음향 기사로서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Q10. 현재 일본무대음향가협회의 회원수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회원 확대를 위한 정책이나 계획이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회원들의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매년 회원 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주요 수입원이 회원이 납부하는 회비인 상황에서 이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시장 또한 인적 자원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아직 회원 증가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과 논의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OPEN REEL 사용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Q11. 대한민국에도 주요 음향 전문 브랜드를 수입, 유통하는 업체들이 협회와의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협회 홈페이지에서도 후원 단체, 단체 회원 제도를 운영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는데요. 이들에게 협회가 제공하는 혜택이 있을까요?
우리 단체는 음향 기사들의 모임입니다. 제조업체/수입업체는 제품을 공급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는 일종의 고객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제조업체에게 필요한 용도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 줄 것을 요청하거나 조언하기도 합니다. 사용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개발 엔지니어들에게 실제 사용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제조업체가 고객의 요구를 더욱 정확하게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대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단체는 ‘지정된 무선 마이크 운영 조정 기관’과 함께 슈어(SHURE Japan)와 공동으로 무선 마이크 세미나를 개최해 왔습니다. 이 세미나에는 회원뿐만 아니라 마이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많이 참여합니다. 즉, 제조업체는 이 세미나를 통해 제품 홍보는 물론 마이크 사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처럼 제조업체와 사용자 간의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12. 귀 단체에서는 STAGE SOUND JOUR-NAL이라는 협회지를 2000년부터 발행을 하고 계신데 현재까지 133호가 발행된 것을 보았습니다. 20년 넘게 한번도 빠짐없이 격월간으로 발행한 것은 매우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협회도 SSM이라는 협회지를 2022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하였는데 귀 단체의 사례를 통해 배울점이 매우 많은 것 같습니다. SSJ 제작진의 구성과 제작 방식, 제작 예산 등 우리 SSM 제작진이 참고할 만한 내용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단체의 홍보위원회에서는 ‘STAGE SOUND JOURNAL’이라는 잡지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홍보위원회는 주제와 트렌드를 논의하기 위한 편집 회의를 불규칙적으로 진행하지만, 실제적인 인터뷰 및 편집작업은 거의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이는 빠른 결정과 행동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인터뷰 대상자가 주로 극장 음향 기사인 편집자 본인의 경력 때문에 연극 관련 이슈가 더 많이 다루어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또한, 한 권 발행 예산은 약 90만엔이며 거의 대부분 광고 수익으로 충당됩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문 잡지 ‘Professional Sound’가 폐간되면서 최근에는 라이브 사운드와 같은 제작 현장 기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충분하게 다루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Q13. 끝으로 한국의 무대음향협회 회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래전 런던을 방문했을 때, 연극 전문 서점에 들러 연극음향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무대 미술, 소품, 의상 및 조명 등에 관한 책은 여러 권 있었으나, 무대음향에 관한 책은 찾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제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공연을 관람한 후의 관객의 인상은 연기자의 행동, 의상 및 무대 디자인 등의 시각적 기억에 크게 의존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인간의 오감 문제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청각’에 관련된 우리의 작업은 관객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무대 소리에 관한 책이 서점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의 일이 높은 사회적 위치에 놓이지 못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같은 스태프 업무 중에서도 사회적 지위와 소득이 다른 직종에 비해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우리가 무대 음향에 관련된 엔지니어로서 더 예술적인 공연을 만들어 사회적 지위를 끌어올리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도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경쟁하여 무대 음향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공익사단법인 일본무대음향협회 대표이사, 미사오 사이토.
참고사이트
일본무대음향가협회 홈페이지 https://ssa-j.or.jp/
일본무대음향가협회 협회지 SSJ https://ssa-j.or.jp/journal/
(사)무대음향협회 SSM 제작국장